[대상 - 시 부문]
별자리를 따라간 이중섭
강원희 / 미국
소머리국밥집에 걸려있던 이중섭의 소 그림
국밥 한 그릇 먹을 수 있었다면
이중섭은 마흔에 푸른 세상을 등지지 않았으리
올 해 이중섭의 나이 백 살
이중섭은 죽어서도 허기져 나이를 먹는구나
망우리 공동묘지 이중섭의 묘
이중섭의 묘에는 개미도 게 그림을 그리는지
게딱지에 다닥다닥 붙은 개미들
누군가 묘지 한 귀퉁이에 게를 묻어놓았구나
살아생전 서귀포에서 아이들과 끼니가 없어
잡힐까봐 뒷걸음질 치는 게를 너무 많이 잡아
미안하고 또 미안해 게를 그렸다는 이중섭
그가 그린 ‘달과 까마귀’ 둥근 달 밥상에
뜨신 밥 한 사발에 밥도둑 간장게장 곁들여
개밥바라기별 뜨기 전 저녁 한 상 차려주고 싶구나
지금쯤 이중섭의 묘지 안은 시끌벅쩍하겠다
복사뼈에서 돋아난 꽃들로 ‘도원’처럼 눈부시겠다
은종이 그림 속에서 썰물처럼 빠져나온 게들은
이중섭의 엄지발가락을 물고 세상 밖으로 나가자 보채고
꽃비늘 단 물고기들은 비린내를 풍기며 무덤 속을 헤엄쳐 다니겠다
이중섭은 고구려 고분처럼 제 무덤 속에서도 벽화를 그리는지
그가 그린 황소는 어디로 가고 별자리만 남았구나
누군가 ‘흰 소’를 타고 워낭소리 울리며 뚜벅뚜벅
무덤 속을 걸어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는데
살아생전 소를 그리다가 소도둑으로 몰렸다던 이중섭
기어이 이승의 소 한 마리 훔쳐 별자리를 따라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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