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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재외동포문학상/시 부문]대상_문인기 "유적에 핀 꽃"
작성일
2019-09-11

[대상 - 시 부문]


유적에 핀 꽃



문인기 / 인도네시아




아침에 일찍 다녀간 비는
허물어져 가는 벽에서 눈물로 흐르고
슬픔의 한이라도 서린 듯
오래 닫힌 방에는 한 줄기 빛이 관통한다



비라도 오지 않았다면
시류로 메말라가는 순례자로서는
슬픈 역사를 찾기보다는
풍상의 흔적을 벽돌에서 찾으리라.



전쟁의 상흔인가
본래가 피 색인가
비에 젖은 벽채는 피처럼 붉어도
창문은 한 폭의 캔버스가 되었다.



아이비가 감아 덮는 유적
그 사각의 벽 정점에
별같이 모여 핀 보라색 꽃무리
메마른 가슴의 눈으로도 알아본다.


혹여나 유적의 내력을 들을까
보라색 짙은 꽃향기라도 품어낼까
카메라를 들고 다가간 순례자에게
꽃은 슬픈 눈으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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